Proz의 블루 보드 이용시 유의할 점 7가지

블루 보드(Blue Board)는 ProZ에 있는 agency 평가 도구입니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의 경험을 점수와 말로 입력해 두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잠재 고객을 찾고 만나는 프리랜서 번역가에게는 너무도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잠재 고객을 평가하는 방법은 블루 보드 외에도 많이 있고 블루 보드의 정보를 너무 과신해서는 안되겠지만, 제 의견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잠재 고객을 만나 그 고객을 평가한 후 거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번역가들에게 이 블루 보드는 가장 중요한 평가 방법이므로 일차적인 평가 방법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블루 보드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평가한 것이므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내리는 주관적 판단보다 훨씬 더 객관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루 보드가 일차적인 평가 방법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방법들은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반면에 블루 보드를 확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시간이나 노력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일단 이 블루 보드라는 테스트를 통과한 잠재 고객만 고려하고 필요하면 추가 확인을 해 나가는 것이 다른 방법을 먼저 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블루 보드로 가는 방법은 ProZ에 로그인한 상태에서 어느 화면에서든 search box에 회사 이름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Blue Board 가기

 

물론 아무 이름도 넣지 않고 그냥 엔터를 쳐도 됩니다. 그런 다음에 아래 화면에서 보듯이 Blue Board에 체크 표시를 한 후 원하는 회사 이름을 입력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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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블루 보드 이용이 그저 시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점수도 중요하지만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블루 보드를 이용할 때 고려할 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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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 할 것 없이 점수는 가장 중요하고 빠른 평가 지표입니다. 과연 몇 점이면 괜찮은 고객으로 봐야 할까요? 정답은 없습니다만 저는 대략 4.5점으로 봅니다. 5점 만점에 4.5점이면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는 90점인데,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게 아니냐고 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그게 그리 엄격한 기준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은 평가는 별 부담 없이 입력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는 잘 입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화가 많이 나서 다시는 그 고객과 거래하지 않을 작정을 한 사람만 부정적인 평가를 올리는 수가 많지요. 그런 점을 감안하면 4.5점은 그리 엄격한 기준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4.5점이 하나의 기준이라는 것이고 4.5점이 안되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거나 4.5점이 넘으면 무조건 합격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은 다른 많은 요소들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입력 기간과 입력 횟수

블루 보드의 점수는 두 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overall 점수와 횟수이고 다른 하나는 Past 12 months 점수 평균과 횟수입니다. 전자는 모든 기간 동안 입력된 것이고 후자를 포함합니다. 이에 비해 후자는 최근 12개월 동안 입력된 점수의 평균과 횟수입니다. 이 둘이 구별되어 있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입력 횟수가 20인데, 최근 입력 횟수도 20이라면 이것은 해당 회사에 대한 모든 입력이 최근 12개월 안에 이루어졌다는 말입니다. 그것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오랜 기간에 걸쳐 입력된 정보가 아니라는 사실은 꽤 중요합니다. 최소한 그 회사가 신생 회사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죠. 신생 회사라도 점수가 좋다면야 고려해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짧은 기간 안에 이렇게 많은 입력이 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므로 인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조작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노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을 입력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의도적 관리의 흔적

에이전시들이 자기네 블루 보드 점수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번역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집합적으로 어느 정도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에이전시가 기본적으로 건실한 관행을 유지하면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좋은 점수가 나옵니다. 그런데 어떤 에이전시를 보면 입력 건수가 수 백건이고 모든 입력에 대해 감사하다는 회신이 딸려 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는 해당 에이전시가 자기네 블루 보드 점수를 의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입력의 내용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다 프로젝트 하나 했는데 자기네 회사의 블루 보드 점수를 좋게 입력해 달라고 칭얼대면 번역가로서는 거래가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입력해 줄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코멘트는 없지만 점수는 5점을 줄 수 있는 거죠. 읽어 보고 다 그런 내용이면 의심해 봐야 합니다. 특히 짧은 기간 안에 그런 식으로 입력 횟수와 점수를 급격히 올려 놓는 것은 큰 사기의 징조일 수 있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피상적인 점수만 보고(혹은 그것조차 보지 않고) 안심한 번역가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제대로 칠 수 있죠. 일단 사기를 치고 나면 나쁜 입력이 봇물처럼 쏟아지겠지만 그 때는 회사 이름을 바꾸어서 새로 시작합니다.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지고 몇몇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일거리를 맡기면서 점수 관리를 새로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입력 기간이 짧은데 점수가 매우 높고 입력 횟수가 너무 많으면 의심을 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입력의 내용

점수를 나쁘게 주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꽤 나쁜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읽어 보면 번역가가 잘못해 놓고 에이전시에 도리어 나쁜 점수를 준 것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해당 회사가 아닌 엉뚱한 회사와 거래를 해 놓고는 이름을 착각해서 잘못 입력해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회사는 정말 억울하겠죠. 그러면 자기네는 이런 사람과 도무지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해 놓습니다. 점수가 상당히 좋은 회사인데 이런 경우 때문에 평균이 좀 내려간 것이면 그런 회사는 괜찮다고 판단해도 됩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런 경우도 봤습니다. 부정적인 입력이 꽤 여러 건 있고 해당 회사는 그때마다 계속 이런 사람 모른다고 부인하는 겁니다. 어쩌다 번역가 한 사람이 회사 이름을 착각해서 실수할 수는 있어도 그렇게 여러 사람이 같은 회사에 대해서만 실수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 회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봐야죠. 아웃! 또 하나 살펴 봐야 할 내용은 부정적인 입력이 payment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입니다. 다른 것이 아무리 좋아도 payment가 지속적으로 늦다거나 계속 착각을 일으킨다거나 그와 관련된 변명이 많다면 그런 회사는 다른 면에서 아무리 좋아도 실격이죠. 이런 면에서도 부정적인 입력의 이유가 뭔지 살펴봐야 합니다. (블루 보드의 점수는 ProZ의 유료 회원이 아니라도 그리고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회해 볼 수 있지만 입력 내용은 유료 회원이 로그인 상태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입력의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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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가 실수로 멍청하거나 무례한 직원을 고용해서 몇 개월 동안 점수가 아주 엉망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사람이 이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기존의 번역가들에게 사과하고 달래서 기존 번역가들과는 관계를 재개할 수 있겠지만 새로 좋은 번역가와 관계를 맺기는 힘들죠. 물론 시간이 가면 좀 나아지겠지만요. 위와 같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력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한 3년 전에 집중적으로 나쁜 점수를 받았고 그 후로는 지속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면, 그리고 그 나쁜 점수의 원인이 주로 어느 특정 PM이나 accountant 때문이었다면, 그런 회사는 합격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회사는 상당히 괜찮은 회사인데 어쩌다 직원 하나 잘못 고용해서 피해를 봤고 그 직원이 더 이상 그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데도 지속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경우일 수 있으니까요. 위의 스크린샷은 제가 아는 회사인데 왜 저렇게 최근 점수가 낮나 조사해 보니 정확하게 그런 경우였습니다. 이미 이직한 직원에게 번역가가 계속 연락을 하고 응답이 없으니까 열을 받아서 나쁜 점수를 준 것인데요, 이직한 직원의 이메일을 없애지 않은 에이전시의 잘못도 있지만 번역가도 전화 한 번 해보지 않고 혼자서 열만 받다가 저런 부정적인 코멘트를 달아 둔 것도 그리 잘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입력 건수가 많지 않으니 부정적인 입력이 하나만 있어도 점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무튼 이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내용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는 반대로 과거에는 오랫동안 좋은 점수를 받아왔는데 최근에 급격하게 나쁜 점수를 받고 있다면 그런 경우는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망해 가고 있는 것인지, 최근에 아주 무능하고 무례한 직원이 들어온 것인지 등을 살피고 만약 그런 것 같으면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적인 잠재 고객의 블루 보드 모습

그렇다면 정말 이상적인 잠재 고객은 블루 보드에서 어떻게 나타날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리고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 입력 기간이 길다
  • 입력 횟수는 너무 많지 않다
  • 점수는 만점에 가깝다
  • 에이전시가 번역가들의 입력에 대해 고맙다는 둥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둥 하는 응답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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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입력 건수가 단 4건밖에 없고(그것도 띄엄띄엄)  점수는 만점이며 에이전시의 응답이 전혀 없습니다. (위의 경우는 좀 심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저런 모습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 에이전시가 바쁘게 자기 일만 열심히 하고 블루 보드 따위는 신경을 안 쓴다
  • 입력은 순전히 번역가 공동체를 위해 개별 번역가들이 자발적으로 드문드문 해 둔 것이다
  •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잘 해왔므로 최종 고객층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확보해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블루 보드의 한계와 주의할 점

당연한 말이지만 블루 보드는 중요하고 일차적인 도구이긴 하지만 완벽한 도구는 아닙니다. 한계와 주의점들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1) 기록이 전혀 없는 에이전시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단지 아무도 입력을 안 한 것이죠. 너무 작고 미미한 회사여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다가 옛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으로 등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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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화면에서 보는 정도면 (정말 뭘 모르는 초보가 아니라면) 어떤 번역가도 같이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2008년 이후로는 이 회사에 대한 어떤 새로운 입력도 없습니다. 사라진 거죠. 그런데 곱게 사라져 주면 좋은데 2009년 초에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록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회사를 다 저런 종류의 회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만 아무튼 그런 경우에는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잘 알아본 후에 결정해야 하겠지요.

 

2) 점수는 매우 높지만 가격이 형편 없거나 나와는 맞지 않는 프로젝트만 취급하는 회사

위에서 열거한 여러 기준을 가지고 블루 보드를 이용하더라도 항상 최상의 판단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번역가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는 해당 에이전시가 제공하는 프로젝트의 성격과 가격인데 블루 보드의 점수는 번역가가 그것을 수용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그 경험을 점수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격과 가격에 대한 사항은 표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회사이지만 국적이 어느 특정 국가라면 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저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나라의 에이전시들의 가격대가 워낙 낮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블루 보드 점수가 그런 것을 표현해 주지는 않습니다.

 

3) 에이전시의 전문성 등 다른 면도 고려

번역가도 전문화가 필요하듯이 에이전시도 번역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전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그렇게 전문 영역을 가지고 있는 에이전시들은 같이 일하기도 좋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매우 안정적입니다. 한마디로 좋은 에이전시인 것이죠. 그런데 이런 것도 블루 보드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앞에서 이미 여러번 강조했지만, 이것도 블루 보드 점수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6 Comments

  1. 번역가 입장에서 사깃꾼이나 평판이 좋지 않은 번역 에이전시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네요.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정보를 공유하여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경험이 적든 많든 번역가에게는 너무나 귀중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잘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2. 선생님의 사이트로부터 많은 좋은 조언을 얻어서 전업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할 때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3. 최근 이 사이트를 다시 정독하고 있는데,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앞서 읽은 “초보 번역가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그리고 이번 블로그 글에서는 Bryan님의 오랜 번역가로서의 경험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사 경험이 많은 제가 아직도 배울 점이 많이 있음을 느꼈고,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4. 번역일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정말 정말 주옥같은 글이 많네요. 혼자 시작하려다보니 좋은 정보 얻기가 정말 힘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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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