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먼트(alignment), 양질의 TM 생성 꿀팁 대공개!!

얼라인먼트 소개

전에 어딘가에서 얼라인먼트가 무엇인지는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만, 아주 간단히 다시 설명하면 얼라인먼트는 ‘이미 번역이 완료된 두 문서(소스 문서와 타겟 문서)에서 TM을 생성해 내는 과정’입니다.

 

얼라인먼트 프로젝트를 만들려면 플루언시의 경우는 Translation Memories -> Open New Alignment Project를 클릭하신 후 대화 창에 따라 두 파일과 언어를 지정해 주시고 Next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그런 다음 별도의 창이 열리면 delete, merge, split 등을 사용해서 소스와 타겟을 정렬(align)해 주시면 됩니다. 정렬이 끝났으면 필요에 따라 export to a TMx file이나 save to my database를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에이전시에서 공짜로 쓰게 해 주는 온라인 CAT tool들을 제외하고 여러분께서 직접 사시는 모든 CAT tool들은 모두 얼라인먼트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편의상 Fluency로 설명을 드린 것이고 다른 CAT tool을 가지신 분들도 하실 수 있습니다.

 

 

얼라인먼트의 효과

유치한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문서 1: Bryan is handsome. However, he is sometimes stupid.

문서 2: Bryan은 잘 생겼습니다. 하지만 가끔 멍청한 짓을 합니다.

 

문서 1은 소스 파일이고 문서 2는 타겟 파일입니다. 이 두 파일을 가지고 얼라인먼트를 실행하면 CAT tool은 다음과 같은 형태의 기억 단위(TM unit)를 만들어 내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을 해 둡니다.

 

Bryan is handsome. Bryan은 잘 생겼습니다.
However, he is sometimes stupid. 하지만 가끔 멍청한 짓을 합니다.

 

이 예는, TM unit이 2개뿐인 간단한 파일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귀찮게 저런 걸 뭐하러 하나 하실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TM unit이 2개가 아니라 1,000개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얘기가 확 달라집니다. 또 문장도 저렇게 유치한 문장이 아니라, 법률 조항이나 계약서 등에서 볼 수 있는 매우 복잡한 구조와 전문 용어가 잔뜩 담긴 그런 문장들이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제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아시겠지요? 

 

사실 저는 이 얼라인먼트 기능을 처음 발견했을 때 매우 신기하긴 했는데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는 별로 상상이 가지를 않았습니다. 무슨 도구든지 그 도구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도구의 특징이나 성능을 이해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이 얼라인먼트의 효능을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무슨 약 선전 같네요.)

 

 

Translation Memory를 쉽고 빨리 생성

제가 전에 어딘가에서 말씀 드렸겠지만, 번역을 커리어로 생각하고 오래 할 경우 유리한 점 중 하나가 바로 TM의 축적입니다. 신뢰할 만한 TM은 번역가의 자산 1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짧고 시시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가능하면 모든 프로젝트들을 CAT tool을 사용해서 작업을 함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번역을 잘 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고 저는 늘 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차근차근 정성을 들여 작업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얻어진 TM을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백업도 잘 해 두시고, 엉터리 번역이 내 TM에 들어가지 않도록 늘 주의도 하시구요.

 

그런데 얼라인먼트는 이런 소중한 TM을 더욱 빠른 속도로 늘여갈 수 있습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프루프리딩 후의 얼라인먼트

다른 사람의 번역을 프루프리딩을 하고 나면 두 개의 파일(소스, 타겟)이 생기지 않습니까? 비록 내가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충실하게 프루프리딩을 해서 오류를 없애고 말끔한 번역을 만들어내었다면 그것도 나의 지적 생산물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가지고 얼라인먼트를 하면 TM을 좀 더 쉽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공식적 번역물을 TM으로 만들기

최근 어느 분이 제게 대한민국 법제처 사이트에 대해 알려 주셨는데, 거기 가보니까 일부 한국 법령을 영어로 번역을 해 두었더군요. 그런 것은 이미 검증된 번역이기 때문에 번역가에게는 노다지와 같은 것입니다. 이미 번역된 법을 누가 또 번역해 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번역가가 그것을 활용할 길은 많습니다. 얼라인먼트를 해 두면, 법령에서 사용되는 독특한 어투와 용어들을 다 TM에 불러들일 수가 있거든요. 이런 작업을 해 둔 번역가는 나중에 정확하게 같은 문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단어나 문구를 concordance에서 조회해 보면 해당 단어나 문구에 대한 번역이 짠~ 하고 나옵니다. 이런 것은 전문 사전을 찾아서 적절한 표현을 찾는 것보다 훨씬 정확도가 높습니다. (물론 사전을 찾는 것도 병행해야 하지만요.)

 

고객들의 웹사이트 등 이용

또 하나는 생각해 볼 수 있는 예로서, 고객들이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해 온 번역과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요구를 해 올 때 과거 작업의 TM을 보내 준다면야 그것을 import한 후에 작업을 하면 되지만, 그런 것을 보내 주지 않고 옛날에 다른 사람이 했던 번역 파일만 보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다 TM을 이해하거나 사용하지는 않거든요. 심지어 에이전시들도 이런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감해하거나 뭘 잘 모르는 고객에게 괜히 짜증 내지 마시고, 옛날에 다른 사람이 한 번역 작업의 소스 파일과 타겟 파일을 가지고 얼라인먼트를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TM을 생성해 내서 내 데이터베이스에 넣은 후에 작업을 하는 거죠. 이와 유사한 예로, 어느 회사의 홈페이지의 한글판을 만드는 경우, 내가 처음 작업하는 것이면 상관없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어느 정도 해 둔 경우, 그 기존의 번역과 용어와 표현의 일관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런 경우도, 영어판과 한글판을 각각 복사해서 별개의 파일로 만든 후, 얼라인먼트를 하시는 겁니다. 사실 이렇게 작업해 주어도 한글을 어차피 모르는 고객은 이런 정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정성이 좋은 평판으로 이어집니다.

 

 

프루프리딩의 속도 향상

번역을 다 한 다음에 다시 한 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으면서 사소한 실수를 잡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수 없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CAT tool 안에서 꼼꼼하게 작업을 한다고 해도 export해서 doc 문서로 읽어 보면 여기저기 고칠 일이 생기죠. 게다가 어차피 CAT tool 안에서는 작업하기가 힘들거나 찾아내기 힘든 것들도 있으니까(볼드체, 밑줄, 하이퍼링크, 글자 색깔 바꾸기 등등), 자기 번역 작업을 export 후에 읽어 보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실수를 발견할 때마다 다시 CAT tool로 돌아가서 그것을 고치려고 한다면 정말 힘들겠죠? 우선 CAT tool 파일 안에서 해당 위치를 찾아서 수정을 하기까지 클릭을 정말 많이 해야 할 겁니다. 또 같은 오류를 두 번 수정하는 셈이니 수정 시간만 잡아도 최소한 두 배가 걸릴 것이구요. 게다가 그렇게 수정 후에 다시 doc 파일로 돌아와서 프루프리딩을 계속 하려고 하면 흐름이 끊기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렇게 합니다.

 

일단 export를 한 후에는 CAT tool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그냥 doc 파일 안에서만 프루프리딩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완벽한 타겟 파일이 완성되면 그것을 고객에게 보냅니다. 자,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면, CAT tool 안에서 수정 작업을 안 했으니까 제 TM은 여전히 오류를 포함하고 있겠죠? 그래서 저는 이 시점에 얼라인먼트 작업을 합니다. 작업을 한 뒤 save to my database를 해 주면, 기존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 TM unit들이 말끔하게 정리된 TM으로 자동적으로 대체됩니다! 멋지죠?

 

뭐 생각해 보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천재라야 생각해 낼 수 있는 신기한 방법도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작업 과정을 생각해 낸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면 번역 생산성도 상당히 좋아지고 장기적으로 좋은 TM들을 계속 축적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흥, 그까짓 것 가지고 호들갑은…”하지 마시고 제 설명을 찬찬히 다시 읽어 보시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라인먼트를 잘 활용해 보십시오. 나중에 제게 고마워하시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5 Comments

  1. 그동안 블로그 글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혹시 선생님께 유용한 정보를 드릴 수 있을까 싶어 댓글 남깁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은 국제회계기준을 그대로 번역해서 만들어집니다. 때로 삭제되거나 첨가, 수정되는 항목이 있으나 별도로 공시하고 있어 TM을 만들기에 편리합니다.

    아래 링크로 가시면 전문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국제회계기준(영문):
    http://www.kasb.or.kr/web/services/bbs/bbsNoticeViewSub.action?bbsBean.bbsCd=-1&bbsBean.bbsSeq=35&searchBean.currentPage=1&ctgCd=&searchBean.startDt=&searchBean.endDt=&searchBean.searchKey=1&searchBean.searchVal=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번역문):
    http://www.kasb.or.kr/web/services/bbs/bbsNoticeViewSub.action?bbsBean.bbsCd=-1&bbsBean.bbsSeq=37&searchBean.currentPage=1&ctgCd=&searchBean.startDt=&searchBean.endDt=&searchBean.searchKey=1&searchBean.searchVal=

    예를 들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K-IFRS 제1001호 파일은

    국제회계기준의
    IFRS_RedBook>Part A 폴더의 Red BV2014_IAS01_Web_Part A 파일과
    IFRS_RedBook>Part B 폴더의 Red BV2014_IAS01_Web_PartB 파일을 번역해서 합쳐 놓은 내용입니다.
    K-IFRS 제1007호 파일은 IAS07 파일들을 번역해서 합쳐 놓은 것이고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겠습니다.

    • Anne Lee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미 얼라인먼트를 잘 쓰고 계신 분 같군요. 회계 분야를 전문으로 하시려는 분들께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2. […] 휴식 다음에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얼라인먼트(alignment), 양질의 TM 생성 꿀팁 대공개!!과 프루프리딩에 대한 이해(5) 프루프리딩으로 번역가가 얻을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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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