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프리딩에 대한 이해(5) 프루프리딩으로 번역가가 얻을 수 있는 유익

번역가가 프루프리딩 프로젝트를 맡으면 유익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프루프리딩 프로젝트란 다른 번역가가 이미 작업한 것을 앞에서 설명한 변경 내용 추적 기능을 사용하여 프루프리딩만 해 주는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물론 여기서 단서는 잘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번역가와 프루프리더는 긴 번역 과정에서 하나의 팀을 이루어 하나의 최종적인 번역물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합니다. 그 과정에서 번역가와 프루프리더는 서로의 작업 내용을 찬찬히 훑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집니다. 이것은 매우 흔치 않은 기회로서 잘 활용하면 두 번역가(번역가와 프루프리더)는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처리하기 어려운 어떤 부분을 이 번역가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내가 잘 모르는 기법을 쓰고 있는 것이 있는지, 내가 평소에 이런 용어로 번역하던 것을 이 번역가는 어떻게 다르게 번역했는지 등을 자세히 살피다 보면, 상당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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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면, 제가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어떤 에이전시에서 어느 날 프로그램 언어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문서를 받았습니다. 당시는 영어로 써져 있는 것은 뭐든지 번역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을 갖고 있던 때였습니다. “뭐 내가 못할 것이 무어랴!”하는 식의 지나친 자신감이죠. (지금은 인격 수양이 좀 되어서 가려서 받고 또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참 시간 많이 걸리고 고생해서 겨우 끝내서 보냈습니다. 그 에이전시는 좋은 에이전시라서 항상 프루프리딩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늘 일차적 번역가(primary translator)였기 때문에 제 번역물이 프루프리더에게 갔다 왔죠.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까지는 프루프리딩을 받아 보면 주로 몇 개의 stylistic revision 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친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그 프루프리더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고 저는 그 분야의 초보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제가 그 에이전시에게 그렇다고 말을 했더니, 에이전시에서는 저와 그 프루프리더가 이 분야에서는 역할을 서로 바꾸어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저야 너무 좋았죠. 그래서 그 뒤부터 그 분야의 번역은 제가 프루프리더가 되고 저의 프루프리더가 primary translator가 되었는데, 번역물이 한 번 올 때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 제가 IT 분야를 그나마 좀 번역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그분의 번역을 보고 열심히 배워서 그렇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아마 여자분일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 외에는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늘 그분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번역가 두 사람이 서로 primary translator와 프루프리더로 묶여서 각자 최선을 다하면 서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뭐 위의 예에서는 제가 일방적으로 혜택을 누린 경우지만요. 다른 분야에서는 저의 번역이 그분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겠죠? 모르긴 하지만 그렇게 희망해 봅니다. :)

또 하나의 유익은 프루프리딩을 통해 가지게 된 두 파일(소스 문서와 타겟 문서)를 통해 TM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CAT tool의 얼라인먼트(alignment)라는 기능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데, CAT tool 관련 포스트를 통해 따로 설명을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내가 실제로 번역을 하지 않고도 TM을 축적할 수 있는 횡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이것은 원래의 번역이 상당히 수준이 높을 때에만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수준이 높지 않으면 아무리 내가 열심히 프루프리딩을 해 주어도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tm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여하튼, 프루프리딩은 잘만 하면 위와 같이 번역가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TM을 축적하는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4 Comments

  1. 전문 번역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생생한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2. “Proofreading은 직접 번역을 하지 않아도 TM을 축적할 수 있다”..귀중한 정보 고맙습니다.

  3. “Proofreading은 직접 번역을 하지 않아도 TM을 축적할 수 있다”..

    귀중한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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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