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가 극복해야 할 것

번역가로 살아가는 것이 앞의 글처럼 그렇게 좋은 것만 모여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그 어려움들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극복 방안에 대해 간략하게 쓰겠습니다. 일부 항목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들이 게시될 것입니다.

 

수입이 불규칙하다

 

 

그래서 예산을 세워 살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만 생각하고 준비를 하면 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입니다. 일년 평균 수입을 짐작하고 번역료가 들어오는 계좌에서 돈이 많이 들어올 때나 적게 들어올 때나 상관없이 항상 일정액만 checking account(이거 한국말로 뭐라고 하던지 모르겠네요, 그냥 보통 출입금 계좌?)로 자동으로 넘어오게 만들면 됩니다. 말하자면 스스로에게 월급을 주는 거죠.


일이 불규칙하게 온다

 

 

이건 참 신기한 현상인데요, 일이 몰려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수 번역가님들은 이것을 feast or starvation 혹은 drought or flooding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바쁠 땐 정신없이 바쁘고 그러다가 한동안은 일이 없이 조용한 현상이죠. 일정하게 꾸준히 일이 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전 처음에는 저만 그런 줄 알고, 아니 에이전시들이 다 나 몰래 어디 모여서 서로 의논이라도 하는 것인가 했지요. :) 알고 보니 다들 그렇더군요.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누가 분석 좀 해 주면 참 좋을 텐데…여하튼 이런 현상은 번역가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가져다 줍니다. 이것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번역가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괜히 요율을 낮추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괜히 혼자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하여튼 이것은 좀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인데요, 제가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번역 비즈니스’ 카테고리에 관련 글이 많이 있으니 참조하십시오.


고립된 삶을 살기 쉽다

 

 

직장이라는 곳은 스트레스는 많이 주지만 그래도 최소한 외롭지는 않은 곳인데, 프리랜서 번역가는 자칫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갈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입니다. 일단 가족이 있으면 훨씬 낫고요, 그 외에도 교회, 친목회, 운동 클럽, 취미 생활, 다른 번역가들과의 사귐 등등의 방법을 강구해 나가면 됩니다. 이것은 소위 일과 삶의 균형의 문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늘 일만 하면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무슨 간단하고 신통한 해결책은 없어요. 무엇보다 수입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 CAT tool이나 음성 인식 프로그램 등의 테크날러지를 익혀야 하고, 고객 관리를 잘 해야 하고, 거기까지 되었으면 그 다음에는 욕심을 버리고 일을 그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일 한계, 주간 한계, 월간 한계를 설정하여 지켜 나가야 합니다. 이에 관해서도 ‘번역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참조하십시오.


혼자서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

 

 

뭐 이거야 모든 프리랜서들의 공통된 과제이긴 하죠. 회사에서야 다른 사람들이 마케팅, 생산, 회계 등을 다 해주죠. 그리고 나는 그 많은 기능들이나 부서 중 하나에만 소속이 되어 그것만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해 나가죠. 하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는 1인 기업이니까,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야 합니다.

 

그런데 번역가들은 테크날러지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사람 만나 흥정하고 deal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꼼꼼하게 인보이스 만들어서 보내고 입금 확인하고 하는 그런 작업들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것보다 특별히 마케팅이 문제인데, 내성적이고 겸손한 번역가님들은 자신을 온라인에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을 혼자서 처리해 나가는 기업가적 진취성과 창의성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물론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에 관해서 ‘번역 비즈니스’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을 참조하시고, 아웃소싱에 관해서는 ‘파레토의 법칙: 프리랜서를 위한 생활방식 정돈‘을 참조하십시오.


어려울 자문해 주는 사람이 없다

 

 

뭐 사실 이건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오해입니다. 저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죠. 하지만 번역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고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찾아 보면 많은 도움말과 resource가 여기저기 있어요. 그런 것을 발견해야 하고, 발견한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문제죠. 제 블로그도 유용한 resource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다른 웹사이트, 번역가 모임, 책 등등에 관해서는 ‘프로 번역가의 도구들 소개와 책, 팟캐스트 추천‘을 참조하십시오.

 

누구도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약간 억지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직장 생활을 할 때 늘 누군가가 나의 비전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에 익숙해서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비전이라는 것도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들이었죠. 사실은 진정한 ‘나의 비전’은, 그리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은, 결국은 내가 스스로 세우는 것이 맞죠. 그리고 그건 확실히 신나는 일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암튼 전 그런 거 좋아합니다. 그런데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지고, 슬럼프에도 빠지고, 방향성을 잃어버릴 때가 있죠. 지쳐서 그런 겁니다. 그럴 때는 쉬고, 재충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뭐 이런 말을 방법이라고 제시하는 것도 웃긴데요. 우선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상을 주세요. 그런 다음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서 전략을 세워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어느 정도는 스케줄에 포함시켜 두면 좋습니다. (매일 밤 11시부터 11시 15분, 매주 토요일 오전, 매달 1일, 12월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1월 4일까지 뭐 그런 식으로. 저는 이런 것을 약간 시스템처럼 만들어 두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하는 것을 제가 좀 좋아하나 봐요. 나중에 별도의 포스트에서 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시다시피 번역가의 일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우리를 좌절시킬 만큼 큰 어려움, 결정적 어려움은 아닙니다. 이겨나가야죠!!! 이런 것 때문에 번역가 못 해먹겠다? ㅎㅎ 그런 분은 차라리 번역가 안되시는 편이 백 번 낫습니다. 다른 것 찾아보셔야죠.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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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