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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해야 할 마케팅과 하지 말아야 할 마케팅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고 합니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내세우고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 마케팅은 기업의 꽃이라고 하며 인터넷 시대에 온갖 종류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번역을 자기 수양이나 취미 활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하는 것이라면, 번역가도 당연히 마케팅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번역가는 내성적이고 번역을 잘 하려는 노력, 즉 자신을 채찍질하는 일은 잘 해도, 남에게 자신이 ‘이렇게 훌륭한 번역가’라고 내세우는 일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잘 못하지만 이것에 대한 저의 부족한 생각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ProZ에서 제공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보통 번역가의 시간의 30% 정도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데 쓰이고 있더군요. 마케팅은 중요하니까 어떤 형태로든 어느 정도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30%는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자신을 잘 마케팅할 수 있을까요?

 

그림1

 

번역가의 마케팅에 대한 제 생각은 두 가지 고려에 기초합니다. 하나는 저의 경험이고 하나는 번역이라는 세계의 특수성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먼저 후자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번역은 상품이라기보다는 서비스입니다. (요즘 번역 업계에서는 이것을 정량화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하려고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이 번역가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만, 어쨌든 저는 번역이라는 것은 상품보다는 서비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이 서비스라는 것은 동일한 제품이 없다는 말입니다. 같은 텍스트를 번역하더라도 번역가에 따라 다른 번역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질도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번역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은 시장에서 좋은 번역을 사기가 힘듭니다. 좋은 번역을 사기 위해서는 자신이 훌륭한 번역가라고 주장하고 선전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정말 괜찮은 번역가를 찾아서 그 번역가에게 번역을 의뢰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객들도 좋은 번역가 하나를 발견하면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씁니다. 질이 좋지 않은 번역은 고객에게도 매우 치명적인 타격을 주거든요(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도 있고,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기도 하고, 재판이 뒤집히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어떤 번역가가 어쩌다가 질이 나쁜 번역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즉 질이 나쁜 번역밖에 생산해 내지 못하는 번역가는 결국은 시장의 최하층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언어, 어떤 분야든지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이거나 한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반면에, 질이 좋은 번역을 해내는 번역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번역의 질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상당한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요.

 

그런데 위와 같은 사정을 잘 모른 채 번역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저는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다른 번역가들이 써 놓은 것)을 읽고 그것을 따라했습니다. 수많은 에이전시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죠. 소위 말하는 email campaign이란 것인데요, 나름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제 기억에는 몇 주가 걸린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들인 시간과 노력은 제 번역 커리어에서 저지른 가장 큰 낭비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결과가 없었거든요. 사실, 두세 통의 답장을 받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고려해 보겠다더군요. 그러나 제가 발송한 몇 백 건의 이메일 중에 고작 그 정도의 답을 얻었다는 것은 할 필요가 없는 노력이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잘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 그나마 답장을 해 주었던 그 두세 개의 에이전시도 결국 실제 일로는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은 이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이 시장의 담이 얼마나 높게 여겨질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위와 같은 저의 실패는 번역 시장의 현실을 정말 몰랐던 제가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요. 만약 제가 나사를 깎아 파는 사람이고 그래서 나사 샘플을 여기저기 보내서 이런 물건을 이런 가격에 팔 테니 고려해 보시라고 하면 대부분의 회사나 사람들은 최소한 귀를 기울이긴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공하려고 하는 것은 나사가 아니잖아요?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무형의 서비스잖아요? 그런 서비스에 대한 구입은 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그런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럼 통하는 방법은 뭘까요? 제일 처음에 제가 마케팅에 대해서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오로지 번역의 질입니다. 그 질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을, 한 회사 한 회사를 나의 고객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번역 시장에서 벼락 성공은 없습니다. 실력 없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도 없습니다. 한 고객, 한 고객, 번역의 질로 만족시켜 나가서 충분한 고객의 수가 쌓여야 일차적인 성공을 하는 것이니까요.

 

 

단언컨대, 인터넷 뒤적이며 이런 방법 저런 방법 찾아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레주메를 기가 막히게 쓸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어 주긴 해야겠지만요. 다만 화려하고 멋들어지게 만들 필요는 없단 말씀.) 그 이유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고객들은 그런 것 읽을 시간도 없습니다. 고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번역을 한 번 맡겼더니 정말 번역을 잘 해 주었다는 ‘경험’입니다. (고객들은 그것을 직접 알거나, 해당 언어를 모르는 경우에는 다른 경로로 그 번역의 질을 꼭 확인합니다. 여러분이라면 비싼 돈 주고 산 번역의 질이 어떤지 알아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실 이렇게 오직 번역의 질로 승부하는 방법은 신기한 방법도 아니고, 인기도 없고, 게다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번역 고객은 단 한 번만 번역이 필요한 경우는 사실 드물고, 반복해서 번역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번역 에이전시는 당연히 더욱 그렇고요. 이런 이유 때문에 ‘한 고객, 한 고객’ 방법은 복리 이자 비슷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예컨대(아마도 비딩을 통해서), 한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잘 마무리를 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고객이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만 더 나를 찾아준다고 해도 앞으로 일 년 동안 12개의 프로젝트가 확보되는 셈입니다. 그러면 아주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한 달에 새로운 고객을 하나씩만 추가해 나간다고 해도 2년이 지나면 한 달에 24개의 프로젝트가 자동으로 들어온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 정도면 더 이상 일을 받지 못할 정도가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번역가 되기 1 단계 졸업! 그때부터는 새로운 비즈니스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죠. 사실 이 예는 제가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짧습니다. 예컨대, 한 달에 두 곳의 고객을 확보해 나간다면 그 과정은 일 년으로 줄어들겠죠? 또, 고객들의 피드백을 활용하면 새로운 고객을 얻는 것이 훨씬 쉽고, 가속도를 붙일 수 있습니다(ProZ에는 이렇게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고객을 한 달에 하나가 아니라 한 달에 둘, 셋 만들어 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 고객, 한 고객’ 방법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또한 후퇴가 없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쌓아 올린 고객 기반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견고한 비즈니스 기반입니다. 이런저런 마케팅 기법에 신경 쓰지 마시고, 모르는 회사와 고객에게 그들이 읽어보지도 않을 이메일 보내지 마십시오. 대신, “한 달에 새 고객 하나?” 그런 마음으로 번역의 질을 높여 보십시오. 번역을 할 때 “세상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라는 자세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보십시오. 그러면 그것이 가장 훌륭한 마케팅이 될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 하나. 인터넷 번역 시장에는 입소문이란 것이 없을 것 같죠? 에이전시들은 자기들 사이에서 유능한 PM들 쟁탈전도 하고, 서로 유능한 번역가에 대한 정보도 교환도 하고 합니다. 이런 요인도 제가 말씀 드리는 이 방법이 강력한 마케팅이 되는 다른 이유입니다.

 

 

물론, 이렇게 어렵게 획득한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해서 Proz에 피드백을 축적하시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고객의 수는 어느 정도 많아지면 일정한 수 이상으로 늘리지 못하지만(번역가의 작업 시간에 한계가 있으니까), 나중에 고객을 물갈이 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이런 피드백이 매우 요긴한 밑받침이 됩니다. 그 단계에서는 처음 맨땅에 헤딩하듯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사실 피드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6개월만 지나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습니다.

2 thoughts on “번역가가 해야 할 마케팅과 하지 말아야 할 마케팅

  1. […] 제가 했던 마케팅의 실수담과 느리고 장기적인 고객확보에 대한 글은 여기를 보십시오. 다만, 저는 초기에 번역 수입 외에 상당한 다른 수입이 있었기 […]

  2. […] 직장에서는 아무리 맘을 다져 먹어도 월급이라는 대가를 바라보고 남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직원의 발전과 장래성을 위해 정말 걱정해 주는 직장이 어디 있던가요? 하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는 일하는 방식을 잘 조절하면 모든 일이 당장의 수입을 얻는 일인 동시에 장래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이것도 나중에 자세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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