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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겨울 풍경

한 동안 너무 따뜻한 겨울이 이어져서 역시 지구 온난화의 위력이 느껴지는구나 하고 걱정했는데, 올해는 웬 걸 매서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도 정말 많이 오고…

 

아래는 방금 잡은 현재 기온 스크린샷입니다.

 

그림1

 

뭐 어차피 이렇게 추운 나라에 살러 왔으니 불평은 없습니다. 캐나다에 살면서 누리는 많은 혜택의 대가로 캐나다 사람들은 두 가지를 견딥니다. 하나는 추운 날씨, 다른 하나는 세금.
 
어차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어서 저도 그렇게 해 보고 싶은데, 둘 다 아직 별로 즐겨지지는 않네요. 겨울 스포츠를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 참을 만은 합니다. 산책은 가끔 근처의 몰에 가서 실내를 두 바퀴 도는 것으로 대신하는데 45분 걸리더군요.
 
캐나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사실 캐나다는 국토가 매우 큰 나라이고 이 큰 나라의 다양한 기후를 제가 다 표현한 것은 아닙니다. 로키 산맥 너머로 태평양에 인접해 있는 밴쿠버 일대는 겨울에도 눈 대신 비가 오는 ‘이상한’ 곳입니다. 언젠가 눈이 5cm와서 도시 전체가 마비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토론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여기 토론토는 눈 치우는 예산, 장비, 인력이 대단하고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주민세 중 상당 부분은 겨울에 눈 치우는데 쓰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정말 북쪽의 누너버트나 노스 웨스트 테리토리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기 가서 원주민들의 아이들을 돌보시는 제가 아는 처녀 선교사님이 계신데, 이 겨울도 건강하게 나시길…) 또 대서양 쪽은 습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 때문에 눈이 상상을 초월하게 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끔 뉴욕에 폭설이 왔다는 뉴스를 듣곤 했는데, 와서 보니 뉴욕에 폭설이 내리게 하는 바로 그 시스템이 캐나다의 대서양 쪽 주인 노바 스코샤나 뉴 브런즈윅,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등을 덮쳐서, 그나마 내지에 있어서 눈이 상대적으로 좀 덜 오는 온타리오 사람들로서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그 지역은 눈이 많이 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눈 덮인 시골 마을 풍경은 아름답지만, 실제로 이런 눈이 올 때는 사람은 자연의 위력 앞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엎드려 있어야 합니다. 겨울에 자연을 얕보고 함부로 까불고 나서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습니다. 토론토에서의 두 번째 겨울 때, 멋 모르고 winter storm이 올 때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 아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White out이라고 하는 상태는 차 유리 앞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인데, 와이퍼를 아무리 작동해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차 밖으로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으니 도저히 차를 운전을 할 수가 없죠. 그 뒤로 캐나다의 겨울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날씨가 늘 그렇게 무시무시한 것은 아니구요, 실은 상당히 따뜻한 날도 많습니다. 눈이 많이 오지 않고 적당히 온 날은 참 아름답습니다.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죠.

 

아래에 최근에 찍은 겨울 풍경 몇 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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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 번역방 창문이 생긴 성에입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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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 번역방에서 내려다 본 겨울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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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희 집에서 한 20분 북쪽으로 가면 있는 공원의 입구 표지판입니다. 공원 이름의 주인이 살다가 돌아가실 때 자기 농장을 그대로 기증한 것인데, 매우 넓고 아름답습니다. 작은 시내와 다리, 호수와 숲, 개 놀이터, 공공에게 개방된 텃밭, 피크닉 시설, 마사, 그리고 잘 보존된 농가가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제가 자주 가는 곳인데, 겨울에 둘러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가서 산책하며 몇 컷 찍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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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 붙은 겨울 호수… 봄에는 주변의 봄 꽃으로 사람들을 반겨주고, 여름에는 각종 물고기와 새들을 넉넉히 품어주었으며, 가을에는 갈대 숲으로 저에게 성숙을 촉구하던 이 호수가 지금은 돌보다 딱딱한 얼음으로 뒤덮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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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춥긴 뭐가 추워!”하는 어느 여인… 모자도 안 쓰고… 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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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앞에서 하나도 안 추운 척 하고 있지만 실은 얼어 붙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Bryan. 빨리 차로 돌아가서 보온병에 넣어 온 커피 마실 생각에 눈에는 초점이 없고 다리는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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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테라스에 쌓인 눈. 저거 한 40cm는 될 겁니다. 그러나 몇 달 후에는 저기 앉아 점심을 먹고야 말겠습니다. 여름은 꼭 올 것입니다. (그렇죠?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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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엄살을 꾸짖듯, 하얀 눈을 맞고도 의연하고 아름다운 나무들… 저 나무들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역시 겨울에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녹색과 흰색은 본래 저렇게 궁합이 잘 맞는 것인지, 아니면 눈과 상록수의 어울림이기에 우리가 그렇게 아름답게 느끼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가 여러분, 다들 겨울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상록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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