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번역가들의 힘든 시기 버티는 법

 

제목을 저리 정하고 보니 너무 부정적인 분위기가 나는데, 그래도 제가 할 말의 요점을 표현하기 위해 그냥 뒀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번역가가 되는 일에 가장 큰 난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외국어 실력? 모국어 실력? 다양한 경험과 지식? 인맥?

 

물론 위에서 열거한 것들도 다 중요한 것들이고 또 단기간에 쉽게 갖출 수 없는 것들이지만, 제 생각에는 그래도 최대 난관은 돈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아무리 적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 오늘부터 번역가 할 거야!”라고 느닷없이(?) 결심한다면, 그런 사람은 번역가라는 커리어에 제대로 안착하기가 무척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미래의 번역가라 하더라도 지금 현재의 시장은 그 사람을 전혀 알아주지 않거든요. 내가 아무리 잘 할 수 있다고 여기저기 말을 하고 심지어 통사정을 한다 해도 시장은 냉담할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직 검증(번역 실력, 납기 준수 여부 등등)되지 않은 신출내기 번역가의 실력을 검증하는 일은 귀찮기도 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검증되지 않은 신출내기(이런 말은 누구나 듣기 싫은 말이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시장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보다는 크게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해 온 번역가와 계속 거래를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이유로, 큰 맘 먹고 비장하게 “나 오늘부터 번역가 할 거야!”라고 선언해도 주변은 조용, 냉담, 무관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등만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변이 조용하면, 여기저기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해 봐도 다들 시큰둥하면, 첫 달에 열 군데 정도 비딩을 해 봐도 한 군데도 응답이 오지 않으면,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거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건가? 내 스펙이 부족한 건가? 어디가서 무슨 대학원이라도 나와야 사람들이 알아줄려나?’ 등등 별 쓸데없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실제로 위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 글의 요점은 적성과 능력을 이미 다 갖추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번역가라는 커리어로 진입할 때에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어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첫 달부터 지금까지 다른 직업에서 벌던 만큼 벌겠다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한 두세 달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고 비딩하다 보면 자리를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은 의외로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제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읽은 어느 인터뷰 기사입니다.

 

저는 번역이 제가 좋아하고 또 할 만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확신이 있었지만 그것이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간에 아무튼 정보가 도무지 없었거든요. 그래서 맨 땅에 헤딩을 시작한 건데,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비딩을 해 나가면서 고객을 조금씩 늘려 갔습니다. 당시 제 목표는 한 달에 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10달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아, 번역이 전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번역은 꾸준히 해 나갈 부업 정도로 생각했고 번역에서 대단한 수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돌아보면 매달 매우 작은 수입이었지만 그것을 크게 여기고 기뻐하면서 그 10달을 지냈습니다. 10달이 지난 후에도 다른 일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다른 일들도 하고 지냈습니다. 번역을 전업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도 시간이 꽤 지난 후에 제 몸과 관련된 사정을 포함한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였는데, 그 때는 이미 번역에서 나오는 수입이 상당한 정도로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그렇게 전환하는 것에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다른 분들의 사정을 듣다 보니, 저의 번역가 커리어 진입은 멋모르고 쉽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던 일을 두부 자르듯 탁 그만 두고 번역을 전업으로 삼겠다는 분들이 그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보시면 참 주저가 많이 됩니다. 제가 그렇게 해 보지 않았고 또 번역을 새로 시작해서 시장의 인정(명성, feedback 축적)을 받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므로 가족이 있는 분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제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최근에 읽은 번역에 대한 어느 기획 기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2011년에 작성되었으니 이미 옛날이고, 캐나다에 대해 써 놓은 것도 황당하게 틀린 내용이고 또 기사의 전체적인 방향도 그다지 제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기사 중에 스페인어 번역하시는 분의 시원하고 솔직한 발언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에 옮겨 봅니다. (기사 원문을 읽고 싶은 분은 여기를 클릭)

 

[인용 시작]

 

번역,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인터뷰 ②] 스페인어 전문번역가 전재훈
2005년부터 전문 문서번역가로 활동 중인 전재훈(45)씨도 번역가로 입문하기는 쉽지 않았다. 27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거주한 전씨는 현지에서 입시학원을 경영하다 2002년 귀국했다. 처음에 그는 통역과 번역을 같이 했다. 번역회사에는 50부가 넘는 이력서를 보냈다.

 

“일을 꾸준히 받는 데 2년 가까이 걸렸어요. 다른 번역가들에 비하면 짧은 편이었죠. 그나마 전문 언어가 스페인어라 번역가가 적었으니까요.”

 

현재 그는 20여 개 번역회사와 일하고 있다.

 

전씨는 전문번역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어떻게 번역가가 될 수 있냐고 질문하면 ‘1년 이상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먹고살 만큼 돈이 있는지’ 되물어보죠.”

 

그는 업계에서 인정받아야 일이 계속 들어오고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진 한두 달 놀 수도 있다. “그래서 1년 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전문 번역가가 되기까지 보통 2년에서 3년 정도 걸리는데, 그때까지 버티기가 힘들죠.”

 

전씨는 번역을 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단가’라고 했다. 번역하려는 사람이 많고 번역회사 간에 경쟁이 붙다보니 단가는 점점 내려간다.

 

“의뢰인이 최저 단가를 부른 번역가에게 일을 맡기는 ‘경매 번역’ 회사도 있어요. 이곳은 번역물을 돈으로만 평가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지인들에게 무료로 번역을 해주기도 하는데, 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번역은 번역가의 실력에서 나온 지적 재산이거든요.”

 

그는 번역가에 따라 번역물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번역물은 모든 분야를 다루는데 같은 단어도 분야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다방면으로 경험이 많으면 번역도 더 잘하는 이유다. 올바르게 번역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책임감도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문서를 번역할 때는 정확성이 매우 중요해요. 저는 번역하는 것보다 단어를 사전으로 검색하는 게 더 오래 걸려요. 표현이 맞는지 수십 번 읽어보고, 오타 확인하고…. 그래야 좋은 번역이 나오거든요.”

 

끈기와 자기관리도 번역가에게 필수다. 전씨는 한때 번역일을 그만두고 싶어 대리운전도 생각했다.

 

“사람들은 집에서 쉽게 돈 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회사원이 더 부러워요.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으니까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란 말도 해요. 그래서 자기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야 돼요.”

 

그는 맡은 일을 못해내거나 납품 기일을 미루면 일이 더 이상 안 들어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번역가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번역가에게 프로정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번역은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꾸준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신뢰도 철저히 지켜야 하고요. 번역가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거죠.”

 

 

[인용 끝]

 

 

이미 잘 정리된 것을 제가 또 요약할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대부분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다는 말, 그리고 이 분도 정착하는 데 2년에서 3년이 걸렸다는 말은 중요합니다. (밑줄 쫙.) 물론 어떤 경력을 가지고 어느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다르고 또 과연 얼마나 벌어야 만족스러운 수준인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재훈 번역가님의 발언은 새겨 들어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

 

정리. 번역가를 자신의 평생 일로 정한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지금 당장 번역만 해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라겠지만, 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번역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일을 진행하되 단기적으로는 정착이 완료될 때까지 수입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저축해 둔 돈이 가장 좋겠고, 번역과 병행할 수 있는 간단한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프로필을 빨리 만들어 장터에 일단 올려 두는 것도 초기에 거의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긴 시간을 단축시키는 요령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15 Comments

  1. 브라이언 선생님,

    선생님께서 만드신 이 블로그는 번역가를 지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요 며칠 이곳에 들러서 선생님께서 정성스럽게 작성하신 글들을
    차근차근 읽고 있습니다. 많은 귀중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는 선생님을
    마음 속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시어 후학들을 위해서 더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한국의 출판사들을 통하지 않고 세계의 시장에서
    일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흐윽… 덜덜… 과분한 칭찬에 살짝 부담이 됩니다. 요즘 바빠서 블로그 잘 들여다 보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좀 돌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안녕하세요. 브라이언 님의 글을 한번씩 정주행 하고 이제서야 댓글 남겨보네요.
    본론에 앞서 정말 많은 조언과 정보 감사드립니다. 사실 번역가는 ‘자격증’ 같은게 꼭 필요한 줄 알아서 검색하다가 여기로 흘러들어왔는데 이후로 많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또한 번역가를 지망하는 제가, 제 딴에는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거 같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하다 싶어 보이겠지만’ 했던 내용들도 다수 있어서 그 행동에 대한 확신이 세워졌습니다. (적어도 저 혼자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

    비록 전 영어는 할 줄 모르고, 일-한, 한-일 번역가 지망생입니다. 현재 직장인이구요.
    현 회사에서 일본어 번역/통역을 종종 맡아왔었는데, 본 직무는 아니었지만 중요 업무에 불려나간 적도 있었고, 하지만 회사는 그런 저를 더 크게 키워줄 생각이 없는거 같았습니다. 몇년 전부터 그리 느꼈죠.

    ‘지금 실력이면 회사에서 일본어 활용 업무는 충분해’ 라고 느껴서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일본어를
    최근 다시 잡기 시작했고, 회사 내부 사정 등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이 ‘내가 하고 싶은 일’ 이란걸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그게 번역가였고, 여기 글들을 읽으면서 제가 번역가로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의 장/단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오기 전까지 일본어는 순전히 자력으로만 배웠고, 정식 교육을 받은거라곤 고등학교 2학년 외국어 때 밖에 없고, 일본에 장기 체류한 적도 없어서 사실 일본어에 대한 자신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앨범의 장래희망란에 전교에서 유일하게 ‘알 수 없음’ 이라고 썼었을 정도로 꿈이 없던 저였던지라 이런 현상이 살짝 낯설기는 합니다만. (일본어는 고3때 독학으로 문법을 떼었습니다. 그저 배우고 싶어서.)

    하지만 브라이언 님의 글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번역가에 대한 포기감보단 각오가 더 다져지는 걸 보니 마냥 뜬구름 잡는 각오는 아니었나 봅니다.
    정독을 하고 나니 상당히 많은 정보들인지라 한번에 소화하진 못했고,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메일 구독부터 신청해야겠군요 ㅎㅎ..

    좋은 내용과 비전을 제시해주셔서 재차 감사드립니다.

    P.S 그러고보니 궂이 번역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들이 참 많아서 친구들에게 한번씩 읽어보라고 권유도 해보고 있습니다. 선택은 그들의 자유겠지만요.

    • 우선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일본어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도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모르는 많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초보적인 일본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죽을 고생을 했었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4. 지금 제 고민과 상황에 너무 알맞는 조언입니다. 번역 에이전시에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도 없고, 연결된 에이전시들에서는 일감을 안 주고, 대체 왜 이러나, 진짜 통번역 대학원이라도 나와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고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번역가님의 글을 읽고 불안감이 가셨습니다. 그렇죠, 그들도 검증된 사람을 원하는 거죠. 2~3년은 버텨야 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불안했던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고 편안해집니다. 회사 생활과는 달리 일을 가르쳐주고 조언을 해 주는 멘토가 없어 힘들었는데, 번역가님의 글이 앞으로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5. 안녕하세요. 선생님 글들을 잘읽고 있는 25살 고졸 남자입니다. 대학 중퇴 후 일반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번역가가 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꾸준한 공부를 통해 번역일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고자 하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학력에 관한 것 입니다. 고졸인 경우에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가 불가능할까요? 이 부분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어려움이 있겠지요. 특히 한국에서는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과 경험입니다. 그것을 명심하시고 노력하신다면 왜 안되겠습니까?

  6. 안녕하세요. 아주 오래전 작성 된 글이라서 답을 주실진 모르겠지만 간절한 입장이기에 이렇게 질문을 남깁니다. 일단 선생님의 몇가지 글을 읽고 제 진로에 대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남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전혀 알지 못한 것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이런 말이라도 꼭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본론에 들어가자면, 현재의 저는 현재 건강상의 문제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받아낸 후 한-일, 일-한 번역가를 직업으로 고민중인 학생입니다. 구체적인 나이를 알려드리긴 좀 그렇지만 아직은 미성년자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저와 같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획득한 경우는 더 더욱 대학졸업장이 필요하게 될텐데 희망하는 대학의 과가 일어일문 학과나 일어 학과여도 번역가로 활동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까라는 것입니다. ‘어문계열의 학과는 정말 특이한 언어를 다루는 과이거나 이름 있는 대학이면 모를까 별 필요가 없다.’ , ‘취업에 도움이 안 되니 차라리 일본어 학원을 열심히 다녀 일본여행을 자주 가라.’ 식의 말이 있을 정도이다보니 저와 같은 케이스라도(검고졸업장) 같은 이야기인지, 정말 그들의 말과 같이 대학에 돈과 시간을 날리지 말고 학원에 다니는 게 좋을지 너무 고민이 되고 혼란스럽습니다.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 Rarare 님, 고민이 되어서 질문을 남기셨는데, 죄송하지만 제가 대답을 드릴 만한 처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어도 잘 모르고 일본어학과에서 뭘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잘 몰라서요. 다만, 어차피 어느 대학을 나오느냐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통신대학과 같은 곳을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모르긴 해도 훨씬 싸지 않을까 생각하고, 대학에서 뭘 가르치든 그걸 계기로 본인의 노력을 곁들이면 그래도 알찬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7. – Rarare님, 안녕하세요. 저도 브라이언 선생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어떤 대학을 나오느냐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검정고시든 고등학교를 졸업했든 다 똑같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말씀하시는 ‘특이한 언어’를 전공했는데, 언어라는 것이 반드시 4년 동안 학교라는 틀 안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학원에 다니는 쪽이 언어 지식을 쌓는 데는 더 나을 수 있습니다.

    – 다만 중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비슷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모여 함께 공부하고 어울리는 경험처럼 대학에서 얻어낼 수 있는 이점도 분명 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장이 일종의 라이선스라고 생각합니다. 운전면허증 같은 거지요. 한국에서 학사 학위가 있다고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없으면 불편한 것도 현실입니다. 드물게 에이전시에서 대학 졸업장이나, 관련 언어 전공자를 원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천만 원씩 등록금을 들여가면서 학위를 취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Rarare님 입장이라면, 아래와 같은 선택지를 시도해 볼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공부하실 생각이라면, 학비가 비싸지 않은 대학을 고려해 보세요. 원격 대학도 괜찮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녀 본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보태자면, 방송대도 엄연한 4년제 국립대학교이고 강의 수준이 높습니다. 등록금도 한 학기 40만 원 정도고요. (다만 방송대 일본학과는 다른 언어전공(예: 영어영문, 중어중문)과는 다르게 언어보다 문화에 조금 집중한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 부분은 한번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통 대학교 사이트는 대학 > 단과 대학 > 학과 홈페이지 식으로 링크가 있습니다. 해당 학과에서 어떤 교과목을 가르치는지, 교과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위주로 살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 이미 아실 것 같지만 정말 학위만이 필요하다면 독학학위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독학학위 취득시험에 일본어 전공은 개설되어 있지 않으니, 국어국문학 같은 전공을 택하셔야 할 거예요.

    – 일본도 현지에서 언어와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여럿 있을 것입니다. 강의실 안에서 4년 동안 수동적으로 익힌 지식보다는 현지에서 6개월 동안 제대로 쌓은 경험이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여행도 좋지만, 단순 관광은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과 관련된 학비 지원 제도나 프로그램들을 알아보시고 적극 지원해 보세요.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은 대학 재학이 지원자격 요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고려해 보시길 권하는 것입니다. 브라이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 + 본인의 노력을 곁들이시되, 재학 중에 지원 프로그램 같은 걸 잘 활용해서 현지 경험을 쌓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 제가 한국 교육제도 안팎에서 외국어를 전공하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끄적여 보았는데, 사견임을 감안해 주세요. 저는 처음 진학했던 대학을 중퇴하고 몇 년이 지나서 다른 전공을 시작했습니다. 시행착오도 참 많이 거쳤고요. 많이 힘드실 텐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8. 안녕하세요.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이 사이트에 들어오게 되고, 덕분에 좋은 정보와 경험담을 많이 알아갑니다.
    저도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한지 이제 몇 주가 되었는데, 이력서를 돌리고 비딩을 해도 다 떨어지는 바람에 낙심하고 있었어요.
    우연히 얻게 된 번역 일로 파트타임을 하다가 이제 더 일을 늘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몇 번 컨택하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참 어렵고 험난하네요. ㅠㅠ
    아무쪼록 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걸 느끼면서 위안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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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