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5년은 내다보며 삽시다

토론토는 여러모로 참 괜찮은 도시이긴 한데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 사람들의 짜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운전할 일이 있어서 나갔는데 그 시간에도 왕복 6차선 고속도로가 막히더군요. 제가 처음 토론토에 왔을 때는 정말 도로가 넓고 차들도 다들 신사적으로 운전을 해서 서울에 비해 너무 운전하기 좋았는데 요즘은 정말 운전하기 싫은 도시, 짜증이 나는 도시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죠. 인구 변화 추세 등을 감안하여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어떤 일을 대응을 못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벌써 한 이 삼십 년 전에 손을 썼어야 하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서 시 당국도 주 당국도 다 외면했다고 하는군요. 이 문제가 지금은 각종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어서 이제는 논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미 시기를 놓친 상태라서 뭘 하든지 비싸고 선택의 폭도 많이 좁아진 상태라고 합니다.

저는 그런 논의를 들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왜 옛날에, 아직 손을 쓸 만한 시점에, 정치인들은 그 문제를 외면했을까?”

저는 그 사람들의 임기가 짧아서라고 생각합니다. 겨우 한 삼사 년 동안 시장이나 주지사를 하니, 누가 이 삼십 년 후의 교통 문제를 건드리겠습니까? 괜히 그런 것 들고 나와서 세금 올리겠다고 하면 인기나 떨어질 테니 모른 채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당장의 작은 세금 인상도 피하려는 시민들의 안일함과 근시안적 태도가 더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겠습니다.

종종 기업들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CEO의 연봉과 연임 여부가 단기 이익에 근거해서 결정되다 보니, 그 기업의 백년대계, 고객과의 지속적인 신뢰, 환경과 사회에 대한 배려 등은 자꾸 뒷전으로 물러나고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해서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요. GM에서 자동차 한 대에 60센트 정도를 아끼려고 어떤 장치를 하지 않는 선택을 했고 그 뒤에 그것 때문에 인명 사고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계속 그런 것을 덮어 버리고 무마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다가 마침내는 걷잡을 수 없는 치명적인 손실을 입고 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어리석음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단기 이익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CEO 개인으로서는 현명한 결정이지만, 해당 기업과 그 기업을 품는 사회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위의 예들을 기초해서 생각해 보면,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나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바로 나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입니다.

사실 10년, 20년, 30년 뒤를 내다보면서 오늘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5년 뒤를 내다보면서 행동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5년 뒤에 어떤 상황이 될까? 아니, 5년 뒤에 나는 어떤 상황에 있기를 바라는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나 습관이나 조치 중에서 5년 뒤에 나에게 유리할 행동, 습관, 조치는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이요.

앞이 잘 안 보이고 우선순위가 잘 안 잡힐 때 저는 위의 질문을 해 봅니다. 사실 5년 뒤를 내다보는 것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죠. 저도 대기업 CEO들처럼 1년 단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죠. 적어도 5년은 내다보면서 살면 멋지지 않을까요? 혹은 좀 더 지혜롭고 좀 더 책임감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5년은 내다보며 이런저런 결정을 해야 장기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고, 5년 뒤에 거둘 열매를 생각하며 지금 제대로 된 씨앗을 뿌릴 수 있지 않을까요?

Bryan
Bryan

브라이언은 의료분야에서 한영번역을 하는 번역가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둘이 삽니다. 여행과 독서와 음악과 커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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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번역가